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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얘기

우연한 20년만의 만남

by 아끼바리 2011. 12. 16.

 


     그러니까 옛날옛적에
     그때 그시절 그져그런 회사의 말단사원 으로 취직했는데..
     그래도 시골에서 보리농사 지어
     큰회사 머슴된 말썽 꾸러기 막내녀석이
     어르신네 보기에 얼마나 대견 스러웠을까...

     그런데 이놈은
     친구들은 다 장가가고 없는데도
     도무지 장가들 생각을 하지 않으니..

     치마 두루고 쬐끔 이라도 예뻐 보이면
     한번 쿡 찔러보고 어쩌다 눈맞으면
     완행열차 타고 여행가기를 좋아했던
     이른바 역마살 낀 그놈이 어찌 어르신네 들의
     깊고 깊은 마음을 헤아릴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

     ******

     어느날!!
     느닷없이 너 선 한번 봐라 하신다
     물론 전에도 그런적이 없었던적은 아니지만..

     선에는 흥미도 없던 녀석이
     어디에 있는데요?? 했더니..
     시간차도 두지않고
     구절리에 있는 참한 아가씨 란다

     보리타작 하기싫어 베낭매고
     방학때만 되면 달아나기 일쑤였던 놈인데
     처가집 까지 강원도 두메산골에
     둔다는것 자체가 존심 상하는 얘기였다

     내한데만 써먹는 야기도 아니구 상투적인 야기지만

 

     워낙 좋은 규수감이라 놓치기 아까우니
     딱 한번만 보라는 어르신네들의
     말씀 땜에서가 아니라

     그때도 그랬었고..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찍을줄도 모르는 사진에 푸욱 빠져 있었기에
     태백선 완행열차를 타고
     여행하다 보면 그래도 졸작이라도 한컷 안건지겠냐..
     그런 생각에 카메라 가방에 쪽지한장 집어넣고 참한 규수감을 찾아 나섰다 .

     산을넘고 물을건너
     굽이굽이 첩첩산골 구절리에 도착하니
     이런곳엘 내가 왜 왔을까..그런 생각 뿐이였다

     그런대로 깔끔하게 차려입고
     구멍가게에 들러 이런사람 어디 있냐고 물으니
     벌써 동네 아줌마들 담장 넘어로 훔쳐보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안테나에 잡힌다

     볼테면 보라지..
     보무도 당당히 대문열고 들어서니
     잘됐으면 장모님 되었을 그분이
     사진보고 알았는지 전통받아 알아 차린건지
     반갑게 날 맞이하신다

     이런 시골에서 참 곱게도 늙으셨구나가 그분의 첫 인상 이였다
     첫눈에 낙점 받고 칼자루 움켜쥐고선 
     규수감이 어디 있냐고 물어 봤더니.....
     서울 갔단다

     신부감을 보려면 먼저 장모님 될분을 먼저 보라시던
     어르신네 얘기를 귀담아 들은 나인지라

     시골분 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으리 만큼
     깔끔하고 곱게 늙으신 그분을 보고
     일단 따님도 괜찮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님이 서울에 계신다..... ??
     왜 서울에 있냐고 대뜸 물으니
     그녀는 취직을 못하고 대학 다니는 동생 밥해주러
     청량리 부근에서 머물고 있단다

     서울까정 유학 다녔다는 여인네가 취직도 못했남?
     허긴 그시절 취직이 그리 쉬운일은 아니였지만...

     갈때와는 다르게 문득 보고싶다는 생각에 시외전화로
     나 지금 당신 보러왔다가 헛탕치고 올라가는 길인데,
     선약이 있으면 모두 켄슬 시키고 청량리역앞 맘모스 다방으로
     9시까정 나오라는 일방통보에 겁줍어 먹었는지 그녀가 살포시 얼굴을 내 밀었다

     그녀를 첨보는순간
     참 미인 이구나 !!
     마음씨도 참 착하겠구나 !!
     첩첩산골 구절리에 이러케 예쁘고
     배울만큼 배웠으니 그렇게 성화였구나..

 

 

 

     그러니까 첫눈에 뿅갔다는 애기가 맞을거다
     같은시대를 살아가고
     그리고 시골에서 잘아 달동네 에서 어렵게 유학 했다는 점등 ~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온 두사람 이였기에

     옛날부터 알았던 오래된 친구마냥
     깔깔거리며 히히덕 거리다 보니 통행금지 !!
     요즈음 젊은이 들은 뭔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우짜턴 통행금지!!!

     끌어 오르는 젊음에
     달아 오를대로 달아오른 두 젊은이 였지만
     맞선 이라는 특수한 환경땜시리
     한숨도 못자고 뜬눈으로 밤샘하며
     아무일 없이 여관방 나올수 있었던건
     그때 그시절 시대적 배경과 유교적 고리타분한 사고가 어우러져
     아쉬움과 설레임만 남긴밤을 만들었지 않았나 싶다.

     그레케 시작된 우리들의 만남은
     회를 거듭하게 되었고 전화통 붙들고 밤새우기가 일쑤였고..

 

     명동 뒷골목 불낚지 구워먹고 입에도 맞지 않는 커피잔을 비워도

 

     서로가 말을 하지 않았을뿐 통행금지 시간이 길게만 느껴지던 시절~~
     그러던 어느날 그녀가 느닷없이 여행을 가잔다 

     언젠가 KBS2 TV에서 방영한 "그곳에 가고싶다"의 배경이 된곳
     강원도 삼척 조그마한 어촌마을에서
     푸른바다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녀 하는말
     독백썩인 어조로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단다

     자기는 사귀는 사람이 있었고 그냥 그러코 그런 사랑 이였기에
     부모님의 성화에 마지 못해본 선이 여기까지 올줄은 몰랐단다

     병신쪼다 같은 아주까리 그야기가 무신뜻 인지도 모르고
     멍청하고 욕심 없는놈 이순간 그녀의 맘을 헤아려 주고 젠틀맨이 되려면
     아쉬움을 뒤로한체 그녀를 젭싸게 보내 주는것이 최선의 미덕인줄 알고
     그녀를 그길로 그렇게 떠나보냈다

 

 

 

 

 



     20 여년이 흐른 어느날!!
     어느 골프장에 갔다가 우연히 그녀를 만났다
     구절리에서 만났던 그분 어머님 처럼 깔끔하고 곱게늙은..
     늙은이는 아니고...  중년이된 그녀는 첫눈에 날알아보고
     아주까리 아니냐고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요즘 어디에 사느냐니까 벤쿠버에 산단다
     시댁인 부산에 들렀다 지인들과 라운드 나왔단다

 

 

 

 

 



     오래전 일은 안하구 땡땡이만 치는거 보고 안스러웠던 건지
     너 큰물에 가서 한번 놀아 보라며 쫏겨났던 로스엔젤레스 유배시절!
     기본기도 없이 필드를 돌아 다니거 보고
     주인장에게 호출당해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자동차로 센프란시스코 찍고

 

     잠못 이루는 시에틀 들러다가
     그곳에 여행 한적이 있다는둥 밑도 끝도엄는
     순서없는 대화속에 지금 남편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으니
     조그마한 회사 운영 한단다

 

     그럼 남편되는 친구 그때 그친구냐니까, 그녀 빙그레 웃더니.. 그사람 아니란다
     고개 끄덕이며 으음~ 그랬구나....

     브릿지 넣은 긴머리에 투톤칼라 부라우스  넘어
     원숙미가 넘쳐흐르는 구절리 아가씨?를 돌려 보내며
     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그때 내가 보내길 잘한거야
     그때 내가 보내지 않았다면
     지금쯤 가난한 건달의 아내되여 바가지만 긁으며 인생이 뭔지도 모르고
     그러케 살아가고 있지 않겠는가 말이다 ......궁시렁 궁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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