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마을엔 매화꽃이 없었다.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녀석이
이른봄에 남도기행 이나 다녀 올려고 맘먹으니
그조턴 날씨도 진눈깨비 쏟아 부으며 시샘하기 바쁘다.
글타고 한번 맘먹은건 쉽게 뒤집어 버리는 그런 성미가 아닌 나이기에
하던일 건성으로 마무리 하고 애마녀석 기름배 두둑히 먹여 먼길을 떠난다.
당신도 섬진강 강가에서 소리내여 울어 본적이 있나요?
무엇이 그러케 서러운지? 무엇이 그러케 맘에 안드는지는 몰라도
어느시인의 이름모를 시를 떠올리며 날씨라도 포근하면
소리는 못지를 망정 섬진강 강물에 깊은근심 떨쳐 버리고 갔으면 조으련만...
눈녹은 지리산 에서 흘러 내려오는 섬진강물은
어젯밤 내린 진눈깨비 덕분인지
오늘따라 왠지 더 차갑게만 느껴진다.
가전제품 이던... 휴대폰 이던...
신제품이 나오기 바쁘게 내손안에 집어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녀석이 있듯이
겨울 끝자락에 매달려 꽃망울도 터트지지 못한체 다들 호시탐탐 기회만 보고 있는데
벌써 만개한 매화꽃이 있으니...
세상사 오묘한 기다..사람이던 꽃이던 어딜가나 얼리 어뎁터가 있기는 매 한가진 모양이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 지르는 섬진강을 마주하고
하동총각과 구례처녀의 혼담이 오고가던 곳 화개장터
갓 시집간 막내딸 안부라도 물어 보려고 김진사댁 옆집 아주머니
막걸리 한사발을 안주삼아 건너마을 아주머니 입모양만 물끄러미 쳐다보던
몬난애미의 안스런 모습만이 자꾸만 떠오르는 화개장터!!
우리네 생활이 알게 모르게 여유를 찾아서
몰려드는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하여 모텔들과 식당들만이
일열종대로 질서정연 하게 줄을 서 있을뿐
명맥만 유지 하고있는 화개장터 에서 옛정취를 찾아 보기란 그리 쉬운일이 아니였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는 실존하는 최참판댁 이곳을 무대로 이야기가 시작 되었다
최참판 댁과 박경리와 토지..이들의 삼각관계!!
이처럼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고 우리들 가슴깊이 자리매김 하고 있는 휴먼 드라마도 없는줄 안다.
이제는 허물어진 빛바랜 드라마 세트장을 바라보며
그들이 그러케 살다간 그곳에 나그네 되여 찾아온 속절엄는 내넘의
그 마지막 휘날레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 될런지???
산비탈 매화마을 에서
흔적만 남은 화개장터를 거쳐
뱃사공은 간데엄는 화동포구에 다다르기 까지
섬진강을 끼고 오르락 내리락
사라 브라이스먼의
알아듣지 못하는 노래소리 들으며 난 이런생각을 했다.
구례지방엔 매화꽃이 온산천을 수놓고
화동지방엔 벚꽃 터널이 장관을 이룰때엔
보이는 것이 그림이요..달리는 차창넘어 영화같은 장면들이
보기드문 우리나라 에서 몇안되는 드라이브길 이기에
매화꽃이 다떨어지고
벚꽃이 시들어 버린 그런날 일지라도
나 좋다고 찾아온 어느 눈먼여인이 생기면
이길을 나는 꼬옥 다시 찾아오고 싶다고...